자궁근종은 들어봤는데 자궁선근증은 도대체 무엇이나고 묻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특정 질환은 비록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전공한 분야가 아니라면 병이 생기는 원인, 증상, 치료를 속속들이 아는 경우가 드뭅니다. 하물며 처음 진단 받은 환자라면, 더욱이 생소한 병명의 질환이라면 당혹스럽고 답답한 마음이 들게 마련일 것입니다.
원인모를 극심한 생리통 and/or 하혈 and/or 부정출혈 and/or 골반통을 호소하거나, 자궁선근증을 처음 or 이미 진단 받으신 분이라면 이글을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자궁은 계란을 웃도는 크기의 속이 비어있는 근육덩어리입니다. 즉 자궁의 대부분은 근육층(Myometrium)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운데 비어 있는 공간을 자궁강(Uterine cavity)라 부르며 이곳은 한달에 걸쳐 내막층이 성장하여 내막조직(Endometral tissue)으로 가득 차오르게 됩니다. 수정란이 착상하여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발달된 내막층은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탈락되어 질을 통해 몸밖으로 배출되는데 이를 생리(Menstruation)이라 부릅니다. 즉 생리혈이라고 부르는 물질은 내막조직과 혈액의 복합체입니다.
그런데 배출되어야 하는 생리가, 자궁강을 벗어나 자궁의 근육층으로 스며들듯이 파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육층으로 침투한 내막조직은 그곳에 살면서 내막조직의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생리주기에 맞춰 성장하고 출혈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매달 주기적으로 일어나면 자궁의 근육조직과 내막조직이 뒤섞여 있게 되고 염증반응이 반복되면서 딱딱하게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이를 자궁선근증이라하며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자궁의 근육층에 생기는 대표적인 두 양성종양, 자궁근종 vs 자궁선근증: 자궁근종은 병변과 정상근육층의 경계가 분명한 반면,
자궁선근증은 내막이 근육층에 스며드는 질환으로 정상근육층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궁선근증은 자궁이 딱딱해지고 부어오르듯 커지는 병입니다. 근육 사이사이에서 내막조직이 성장하고 출혈 및 염증을 일으키므로 극심한 생리통과 골반통이 발생하고, 생리시 자궁수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노출된 혈관에서 출혈이 많게 되어 생리과다가 발생합니다. 20~40대 여성이 지금껏 생리통과 생리양이 많지 않았는데 근래들어 갑자기 심해졌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하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자궁선근증은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예상했겠지만 자궁을 변형시켜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향후 계획하는 임신과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보고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증도 이상의 자궁선근증이 있는 환자는 임신율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합니다. 그리고 임신되었을 때 자궁선근증으로 딱딱해진 자궁은 팽창이 잘 안되어 태아가 자라고 성장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유산율(태아가 자궁안에서 사망하는 것)과 조산율(37주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분만하는 것, 신생아에게 많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음)이 증가하게 됩니다.
자궁내막조직이 원래 있어야 하는 자궁강을 벗어나 몸의 다른 곳에 가는 병이 또 있습니다. 생리시 내막조직이 나팔관을 타고 복강으로 역류하여 들어옵니다. 복강으로 유입된 내막조직은 여러곳에 달라 붙어 파고들어가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자궁의 장막층, 난소, 장, 복막, 방광 등입니다. 이를 자궁내막증(Endomeriosis)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자궁내막조직은 자궁강에서 자궁근육층으로 대부분 파고들어가지만, 경우에 따라 장막층에서 자궁근육층으로 파고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즉 자궁선근증은 자궁의 근육층에 발생한 자궁내막증이며 따라서 흔하게 같이 동반하여 발생합니다.
이렇게 통증과 하혈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나아가 난임, 유산, 조산을 유발할 수 있는 자궁선근증은 어떤 경우에 치료해야 하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자궁선근증은 언제 치료해야 하는가?
생리통, 생리과다, 골반통이 있으면서 초음파 및 CT/MRI와 같은 영상학적인 검사상 자궁선근증이 의심되는 경우에 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환자가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상태, 난임의 상태, 향후 임신희망 여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동반 질환의 여부, 전반적인 환자의 건강상태 등을 판단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자궁선근증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자궁선근증은 내막조직이 근육층으로 스며드는 질환으로 자궁에 생기는 또다른 대표적인 양성종양인 자궁근종과 달리 병변과 정상조직의 경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완벽하게 병변만 절제 혹은 괴사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질환의 특성으로 자궁선근증은 완치가 사실상 힘든 질환으로 환자의 상태, 즉 나이, 향후 임신희망 여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한가지 또는 그이상의 치료 방법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술적 치료
* 자궁적출술 - 자궁선근증은 병의 특성상 완치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최근까지도 임신을 마친 여성이라면 자궁적출을 고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임기 여성으로 향후 임신을 원하는 경우 시행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궁적출을 하게 되면 난소의 기능이 종료되는 시점, 즉 폐경이 보통 4~5년 앞당겨지게 되어 중년 이후의 전반적인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자궁선근종절제술 - 자궁선근증 병변이 주로 한곳에 집중적으로 존재하고 향후 임신계획이 있을 경우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변의 제거 및 자궁의 재건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임신율의 상승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현재 널리 시행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2. 약물치료
* 야즈, 야스민과 같은 경구피임약(Oral contraceptives) :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비교적 안전한 약제로 자궁선근증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다소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궁의 크기를 줄이지는 못하며 증상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며 약물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발생하며 병이 진행됩니다.
* 비잔(Dienogest): 프로게스틴 성분으로 자궁내막증의 치료제로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맥혈전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 및 처방이 필요합니다.
* 루프린, 로렐린, 루피어와 같은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효현제(Gonadotropin releasing hormone agonist: GnRHa)도 자궁내막층의 발달을 억제하여 자궁내막증 및 자궁선근증의 치료에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경기 증상, 골밀도의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6개월 이상 사용하지 못합니다.
3. 비수술적 치료
* 하이푸시술(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HIFU): 고강도의 초음파 에너지를 한점에 모아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자궁선근증 병변에 집중시켜 병변을 괴사 시키는 치료입니다. 몸을 투과하는 초음파 에너지로 치료를 하는 것이므로 인체의 조직을 절개하거나 주사바늘로 찌르는 등의 침습적 조작이 전무합니다. 그리고 전신마취와 개복이 없어 회복이 빠릅니다. 하이푸 장비마다 다르지만 우수한 장비의 경우 초점이 1.1mm 정도이므로 원하는 곳을 정확히 괴사 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임신을 원하는 경우 내막층 및 접합층에 영향을 최소화 하며 병변을 선택적으로 치료합니다. 향후 임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 병변 위주로 최대한 많은 범위를 치료하여 증상 개선 및 자궁의 크기 감소를 도모합니다.
* 자궁동맥색전술(Uterine artery embolization): 자궁을 공급하는 동맥인 자궁동맥(Uterine artery)를 모래알처럼 가는 플라스틱 알갱이를 주입하여 폐쇄시켜 자궁을 괴사시키는 치료입니다. 넙다리동맥(Femoral artery)로 관을 넣어 엑스레이를 인체에 조사하면서 조영제를 통해 자궁동맥을 찾아 플라스틱 알갱이를 주입합니다. 넙다리동맥에 관을 삽입해야 하므로 지혈의 장애가 있거나 심혈관질환으로 아스피린 등의 혈전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주의를 해야 합니다. 병변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킬 수 없으므로 임신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시행할 수 없으며, 시행후 수시간에서 수일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므로 무통주사(PCA)의 사용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1. 갑자기 심해진 생리통, 생리과다, 골반통이 있으면 자궁선근증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2. 초음파, CT/MRI에 의해 자궁선근증이 진단되었다면 치료 여부를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합니다.
3. 치료를 안하기로 결정했다면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궁선근증은 진행하는 병이므로 심한 증상이나 난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환자의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치료를 결정하였다면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지를 신중히 결정합니다.
5. 병의 특성상 완치가 힘들고 생리를 지속하는 한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가지 또는 두가지 이상의 치료를 병합해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술적 치료 + 약물치료, 비수술적 치료 + 약물치료 등)
최동석 I 산부인과 전문의 I 최상산부인과 대표원장 I 성균관의대 석사 및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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