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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자궁혹, 난소혹이 발견된다면

내 자궁에 근종이 발견되었다면?

가임기 여성이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자궁근종이 발견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많이 들어는 본 질환이고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기억이 어렵풋이 나지만 내심 불안합니다.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산부인과전문의와 상의하라는 의례적인 조언을 할 뿐입니다. 아직 임신과 출산을 해야하는데 자궁에 혹이 있으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해도 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인터넷 서칭이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건강과 질환 관련 주제들이 그렇듯 자궁근종도 무수히 등장하는 정보들에서 속시원한 답이 없고 갑론을박 논쟁이 한창입니다. 그래서 판단은 더욱 흐려집니다. '생리통', '하혈', '난임', '불임'과 같은 키워드들이 등장하며 더욱 혼동스럽게 합니다. 그러면서 그냥 지켜보면 된다는 옆집 언니의 조언과 같은 댓글을 보고 '난 괜찮아'라며 스스로 위안을 하며 잠이 듭니다. 바쁜 일상이 다시 시작되고 근종이란 단어는 서서히 잊혀져 갑니다. 해가 바뀌어 돌아온 건강검진에서 근종이 커졌다는 결과를 듣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작년에 했던 고민이 시작됩니다.

 

제 진료실에서 위의 예와 유사한 경우의 여성을 하루에도 여러 명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신 분이라면 그래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조언과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년동안 검사하지 않고 이미 근종이 진행한 상태로 병원에 내원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자궁근종은 과연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관리 및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크기나 갯수와 관계 없이 자궁근종을 진단받은 여성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여성의 자궁은 몇가지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는 자궁이 소중한 곳이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기가 들어서는 곳이라고 하여 '애기집'이라는 귀여운 이름부터, 주로 평활근이라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고, 혈관과 혈류가 풍부하고, 크기나 모양이 심장과 비슷하다고 하여 '여성의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립니다.

 

자궁은 속이 비어있는 타원형의 근육덩어리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성인 여성의 평균 자궁의 크기는 긴지름이 6~7cm으로 계란을 웃도는 정도의 크기이며, 서양배 혹은 조롱박의 모양처럼 자궁경부(자궁의 입구 부위)가 좁은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자궁을 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3개의 층으로 나뉘는데, 겉에서부터 장막층, 근육층, 내막층으로 나뉩니다. 내막층의 안쪽은 자궁강이라는 빈공간이 있습니다. 자궁강은 생리주기가 시작하면 점차 두꺼워지는 내막층으로 채워지게 되고, 내막조직이 가득 차게 되면 탈락되어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이를 생리(menstruation)이라고 합니다. 생리는 자궁의 주요활동 중에 하나이며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수정란이 착상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위해 내막층은 주기적으로 성장과 탈락을 하게됩니다. 

 

자궁의 각 층에는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는데, 특히 근육층과 내막층에 많이 생기게 됩니다. 그 중 근육층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자궁근종'입니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근육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1개의 근종은 1개의 비정상적인 근육세포에서 기원하며, 이 비정상 근육세포가 빠른 세포분열을 통한 자기복제로 공과 같은 덩어리 즉 자궁근종을 형성하게 됩니다. 99% 이상은 양성종양이며 자궁근종이라고 불리우며, 드물게 발생하는 악성종양은 자궁육종이라 합니다. 자궁근종이 생기면 주위의 정상적인 근육층은 물론 장막층과 내막층을 누르고 늘려서 침범하고 모양을 변형시킵니다. 

 

자궁근종 중에 내막층에 가까운 곳에서 기원하거나(점막하근종), 더 먼 곳에서 시작되었으나(근층내근종, 장막하근종) 그 크기가 상당한 정도로 커지게 되면, 자궁의 내막층을 침범하게 되며, 이는 생리통, 생리과다와 같은 증상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근층내근종이나 장막하근종보다 점막하근종이 생리관련 증상이나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자궁근종의 종류 :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바깥에서 부터

장막하근종(Subserosal myoma), 근층내근종(Intramural myoma), 점막하근종(Submucosal myoma)으로 나뉜다.>

 

그럼 자궁근종은 반드시 치료를 해야할까요? 

부인과학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꼽히는 'Novak's Gynecology'에 자궁근종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를 나열해 놓았습니다.

 

1. 빈혈을 유발하는 극심한 하혈

2. 생리통, 성교통 등 하복부 통증

3. 근종이 꼬여서 발생하는 급성 통증

4. 요관이나 방광을 눌러 발생하는 소변관련 증상

5. 난임의 원인일 때

6. 골반이나 복부 압박 증상

 

정리하면 대부분의 치료 조건은 근종으로 인해 증상이 발생하면 치료를 하라 것입니다. 증상이란 생리통, 생리과다, 부정출혈, 종괴감(자궁근종이 커져서 복부가 팽만되거나, 주위 조직이나 장기를 눌러서 발생하는 압박감)등을 말합니다. 즉,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근종이 크더라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근종이 증상을 유발하면 1cm 크기의 작은 근종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증상이 없는데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난임을 유발할 때와 점점 커지는 근종일 경우 입니다. 크기가 점점 커지는 과정에 있어서 증상이나 난임이 유발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경우에는 치료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종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중요하겠습니다. 근종은 반드시 시간에 비례하여 성장하지 않습니다. 매년 정기검사에서 1~2cm로 유지되다가 한두해 검사를 거르고 병원에 오면, 급속히 커져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궁근종을 치료해야 한다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자궁근종의 치료 방법으로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 비수술적 치료나눕니다.

 

1. 약물치료

 

약물치료는 루프린, 루피어, 로렐린과 같은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효현제(Gonadotropin releasing hormone agonist: GnRHa), 이니시아(Ulipristal acetate)과 같은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Selective progesterone receptor modulator: SPRM)가 대표적입니다.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하며 약물을 중단한 경우 근종이 다시 커질 수 있어 짧은 기간에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2. 수술적 치료 - 근종절제술, 자궁적출술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로봇수술로 물리적으로 근종 혹은 자궁 전체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자궁의 장막층과 근육층을 절개하고 근종을 파내듯이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자궁의 정상조직에 손상이 발생합니다. 점막하근종일 경우 내막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하에 피부 및 근막의 절개가 필요하고 출혈양이 많을 수 있으며 수주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합니다. 향후 임신을 원할 경우 자궁적출술은 시행할 수 없으며, 근종절제술 후에 출산을 원할 경우 제왕절개술이 추천됩니다.

 

3. 비수술적 치료 - 자궁경하 근종절제술, 하이푸치료, 자궁동맥색전술

 

자궁강 안에 있는 점막하 근종을 내시경을 이용해서 제거하거나, 열에너지 혹은 혈관의 폐쇄를 통해 근종을 괴사시키는 치료입니다. 전신마취나 개복이 필요 없으며 회복이 빠릅니다. 괴사된 근종의 수분이 정상조직을 통해 흡수되어 보통 6개월 안에 약 50%의 부피감소, 약 70%의 증상개선을 보입니다. 남은 딱딱한 성분은 흔적으로 남으나 염증이나 면역반응 등의 문제를 일반적으로 일으키지 않습니다. 약 10%의 근종에서는 괴사율이 떨어질 수 있으며 반복적인 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내게 자궁근종이 발견되면?

 

1. 자궁근종의 크기, 위치, 갯수를 파악합니다.

 

2. 자궁근종으로 인한 증상이 발생하는지 파악합니다. 생리통, 생리과다, 하혈, 압박감 등...

 

3. 자궁근종은 보통 증상이 있으면 치료를 요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도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4. 자궁근종은 크기나 갯수와 상관없이 생리통, 생리과다, 압박감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임신을 방해하거나 점차 성장하고 있는 경우는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합니다.

 

 

최동석 I 산부인과 전문의 I 최상산부인과 대표원장 I 성균관의대 의학석사 및 외래교수